처음 "생각하며 배우는 UML2.0"이란 흔치 않은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1년 반 쯤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머리와 가슴속에는 온갖 것들을 다 섭렵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우연히(!) 발견한 저 책이었습니다. 왜 우연히 라고 강조했는가 하면, 비가 너무 많이 오던 어느 날 비를 피해 집근처의 롯데월드의 서점에 잠시 들어갔다가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학부 때 재밌게 배우고 프로젝트 했던 기억에 UML관련 책들을 살펴보던 중, 먼저 몇 개를 골라서 1장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곤 바로 "생각하며 배우는 UML2.0"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을 사고 나선 한 동안 회사 연구실 책장에 장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회사일이 서서히 늘어나기도 하였고, 3-4장을 읽어 나가면서 사실 혼자 힘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행위", "역할" 등 SW모델링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가볍게 읽으려던 마음이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방해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회사생활은 갈수록 터프해지고, SW Integration업무를 하게 되면서 야근과 특근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일요일에도 출근해야했고, 추석, 설날, 크리스마스도 전부 반납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의 연구소에서 오산으로 내려가라는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때가 올 3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때부터 다시 책을 꺼내 보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개념도 안 잡혀 있고 기호도 익숙지 않은 상태라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NWC 컨설팅 홈페이지 들어가서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교육이 개설되기를 기다렸다가 신청하였습니다.
솔직히 제가 처음 기대했던 것은 UML2.0의 기호와 어휘에 대한 이해를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생소한 단어와 낯 설은 기호, 전혀 익숙지 않은 개념들이 얽혀있는 머릿속이 정리 될 것 같았습니다. 커리큘럼이 가리키는 것도 그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교육 시간에 들었던 것은 선생님께서 그렇게 줄기차게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하시던 "행위형식화"라는 것이었습니다.
험. 도대체 "행위형식화"가 무엇인가. 행위를 형식화한다? 먼지 잘 모르겠다. 처음 개념이 너무 낯설다. 사실 회사에서 tool을 개발하면서 Use Case를 작성할 때 마다 고민하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Use Case 기술서를 다 작성했다고 생각한 후에 일어났던 것으로 비슷한 의미의 단어가 모호하게 여러 군데에서 사용되고 있었으며, 시스템과 액터의 인터페이스 부분이 기술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다가 묘사적으로 표현되기도 했고, 후에는 과연 이것이 어떻게 다른 UML 모델링 방법과 연계가 될 것인가. 결국 Use Case 작성 따로, 모델링 따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무엇인가 내가 연결고리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Use Case를 기술하는 방법도 정형화 되지 않았다는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교육이 후반부로 가면서, 앞서 말한 고민과 그것을 풀고자 하는 욕구가 지향하는 점이 바로 "행위형식화"라는 툴 인 것 같다는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행위형식화"에서 제한하는 시스템과 액터의 행위 표현양식은 Use Case의 기술서를 정형화하기 딱 좋아 보였고, 행위형식화를 통하여 뽑아낸 정적Data와 이를 가지고 하는 행위, 즉 Collaboration을 통하여 동적Data를 뽑아내고, Collaboration을 가지고 Interaction을 만들고 클래스를 설계하고, 무언가 연결고리가 행위형식화를 바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행위형식화"는 효과적이고 정형적인 분석을 하기 위한 강력한 툴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낯설게만 느껴졌던 단어들도 차츰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책에 대한 이해도도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전에는 무심결에 지나쳤던 단어의 의미가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교육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을 건져 간다는 것에 김현남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고민했던 것들을 제 역량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조금씩 빛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직 김현남 선생님처럼 큰 깨달음은 얻지 못했지만, 저도 그것을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리라 스스로 다짐을 해봅니다.
끝으로 교육에 있어서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자면, 좀 더 원활한 커뮤니티 활동을 위해서 교육 첫 날 가볍게 맥주 타임을 가졌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또한 행위형식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선 4주간의 교육으로는 조금 모자라지 않나 싶습니다. 덩치가 큰 내용이라기보다는 성찰과 깨달음이 동반되어야 교육의 완성도가 높아지리라 보는데, 급작스런 지식을 받아들이고 난후에 이를 숙성(?)시키기 위한 기간으로는 개인적으로는 부족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ㅎㅎ 이건 제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하는 꼴이군요. 좀 더 교육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스스로도 깨달음을 얻어서 멋진 모델러가 되리라 스스로 다짐을 해봅니다.

